이중계약서에 과도한 위약금까지…소비자 울리는 결혼중개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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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이모씨는 2017년 4월 결혼중개업체에 등록하면서 ‘계약서 두 종류를 작성하는 것이 관례’라는 업체 설명에 따라 가입비 1,095만원짜리 횟수제(계약기간 1년, 만남횟수 2회), 130만원짜리 기간제(계약기간 2년, 횟수 무제한)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씨는 11개월간 두 차례 서비스를 이용한 뒤 계약 해지를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약 50만원 수준의 환급금만 돌려주겠다고 알려왔다. 횟수제 계약에 명시된 ‘만남 2회’는 이미 소진했고 기간제 계약금(130만원)에서 위약금과 이용일수를 고려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씨는 계약서 두 장을 작성하면서 손해를 봤다며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회원가입비를 받는 결혼중개업체들이 계약 해지 시 위약금을 과다 부과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2016~2018년 결혼중개서비스 관련 피해 구제신청 774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546건(70.5%)가 계약해지 및 위약금 관련 신청이었다고 17일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은 소비자의 정당한 계약 해지를 막기 위해 환급 불가 규정을 두거나 실제 서비스 내용과 다르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소비자가 계약 당시 정한 희망 조건에 맞지 않는 상대방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모씨는 지난해 5월 아들을 대신해 결혼중개업체에 가입하면서 가입비 100만원을 지불했지만, 당사자인 아들이 서비스 이용을 거부해 계약 당일 바로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위약금 50만원을 제외한 50만원만 돌려줬다. 2016년 결혼중개업체에 가입한 이모씨는 ‘무자녀, 비종교인’을 희망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자녀가 있거나 종교가 있는 상대방을 소개시켜줘 계약 해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혼중개업체들은 계약서에 결혼중개업법이 요구하는 정보 제공 의무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지난해 접수된 피해구제신청 중 계약서 확인이 가능한 55개 업체의 계약서 내용을 분석한 결과 11개 업체가 서비스 제공방법(횟수제, 기간제 등)을 명확히 기재하지 않았으며, 계약서에 환급 기준을 표시한 36개 업체 중 23개 업체가 공정위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불리한 기준을 소비자에게 적용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결혼중개업체를 이용할 때는 2개 이상의 계약서를 작성해서는 안 되고 서비스 제공 방법, 가격 등이 제대로 기재됐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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