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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시장이 '백가쟁명(百家爭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일반인들이 흔히 사모펀드라고 생각하는, 기업 최대주주 지분을 매입한 후 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2004년에 등장했다. 정부가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을 개정하면서 사모투자전문회사 규정을 신설하고 제도를 도입한 직후였다. 현재 사모펀드 시장을 주도하는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2004~2007년 탄생했다.
사모펀드 진화를 설명하는 정교한 이론은 없다.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인수해 안정적 수익을 노리면서 기업 경영에 간접 참여하는 메자닌 투자 형식의 1.0 △국내 중소·중견기업 최대주주로 등극해 적극적으로 경영한 후 밸류에이션을 높여 파는 2.0 △매각대금 수천억 원이 넘는 국내 대기업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는 3.0 △수천억~수조 원을 투자해 글로벌 기업 최대주주 지분을 사들여 경영하는 4.0 정도라 할 수 있다. 아마 5.0 정도 되면 KKR, 블랙스톤처럼 수조 원 단위 글로벌 딜에 들어가서 승자가 되는 사례가 될 듯싶다.
'압축성장'의 대명사 대한민국답게 토종 사모펀드들도 빠르게 진화했다. 토종 사모펀드 1호쯤 되는 미래에셋PE는 이미 2011년 '타이틀리스트'로 유명한 글로벌 스포츠 용품회사 아쿠쉬네트를 사들여 4.0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SJL파트너스가 KCC, 원익과 손잡고 3조원 넘게 투입해 세계 3위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를 인수한 것은 4.0에서 5.0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2017년 135개에서 작년 말 198개로 급증했다. 저금리 시대에 고액 자산가들이 수십억 원씩 돈을 모아 만든 1000억원 미만 사모펀드가 우후죽순 생겨났기 때문이다. 과거 외국계 투자은행(IB)이나 컨설팅 회사 출신이 주류이던 사모펀드 펀드매니저들도 국내 금융회사, 대기업 출신으로 다양해졌다. 불과 15년 만에 사모펀드 생태계가 피라미드형으로 탄탄하게 만들어진 셈이다.
사모펀드의 진화는 거시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다. 아파트·상가 등 부동산에 몰리는 자금이 지대추구(rent-seeking)형이라면, 사모펀드에 몰리는 돈은 혁신추구(innovation-seeking)형이기 때문이다. 매입한 회사가 망하더라도 책임은 사모펀드 선에서 끝나기 때문에 위험이 거시경제적으로 전이되지 않는다.
최근 BRV·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신세계의 이커머스 신설법인 '쓱닷컴'에 투자한 것처럼 대기업 혁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조시영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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