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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오던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달 31일 경제부처 장관들과 현안을 점검했던 자리에서 나온 말인데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 부총리는 "외국인 배당 지급이 4월에 이뤄지는 특이 요인이 작용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조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수출 감소 등 악재들이 많아 경상수지 적자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우리 수출이 6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5월 수출액은 459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나 줄었다. 수출은 지난해 12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 감소 폭은 올해 2월(-11.4%)에 커졌다가 4월(-2.0%)에는 축소되는 듯했으나 다시 큰 폭으로 확대됐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대중국 수출이 부진한 탓이 크다. 반도체 수출은 3월과 4월 감소 폭을 줄였지만 지난달 -30.5%로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보복전을 벌이며 그 불똥이 우리에게 튈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을 통한 우회 수출 비중이 25%에 육박한다. 최종 수요가 미국인 우회 수출 비중이 5%에 달해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되면 우리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도 미·중 무역전쟁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하며 노출 위험도를 감안할 때 한국이 대만 다음으로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응 전략을 세우는 한편 수출 활력을 되찾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수출 기업의 애로를 신속하게 풀어주고 다각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게 급선무다. 외국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지 않도록 금융시장 안정과 대외 신인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출산업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규제 개혁 등 정책 전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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