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전 전우에게 '경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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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가요계에 남진-나훈아가 있다면 정치권에선 김윤환-김원기, 박상천-박희태를 ‘명(名) 원내대표’ 반열에 올린다. 이번 ‘패스트트랙 사태’에서도 드러났지만, 원내대표는 정국을 좌지우지할 뿐만 아니라 권한도 막강하다. 내각제 같으면 총리 격인데 의원들 사이에선 ‘국회의원 안 해보면 의원 좋은 줄 모르고, 원내대표 안 해보면 원내대표 좋은 줄 모른다’고 할 정도로 의원들에겐 꿈이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선거에서 3수 만에 성공한 이종걸 의원은 “이번에 떨어지면 자살할지 모른다”는 ‘협박성’ 출마의 변으로 유명했다. 예전에는 원내대표의 임기가 국회 의장단처럼 4년 임기에 전반기 후반기 나눠 2년씩 하다가 워낙 하고 싶어 하는 의원이 많다 보니 1년 임기로 줄었다.

김진표·박지원 의원처럼 예외적으로 재선도 있었지만, 원내대표는 보통 3선 이상이 맡는다. 3선 정도는 되어야 ‘정치의 맛’을 알고 협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988년 구성된 13대 국회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정의당의 원내총무였던 고 김윤환 전 의원과 평화민주당 김원기 전 의원은 원내대표의 전범(典範)이다. ‘1노(盧) 3김(金)시대’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김윤환 전 의원은 군부 눈치를, 김원기 전 의원은 운동권 눈치를 살피다 보니 매일 밤 만나 정국 해법을 모색했다. 회동 장소를 찾는 것이 기자들의 중요한 일과였다. 결국, 여당은 노태우 대통령이 공약한 중간 평가 유예를 야당으로부터 얻어내고, 야당은 5공 청산 약속을 받아내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했다. 당시 4당 체제였음에도 법안 통과율은 81%에 달할 정도로 대화와 타협의 국회가 가능했다.

지난 2003년 새천년민주당 시절 국회 개혁 차원에서 원내총무를 원내대표로 바꾸며 원내를 강화했지만, 여야의 대결이 첨예해지다 보니 원내대표는 협상가가 아니라 ‘전투 지휘관’으로 변신했다. 협상보단 작전에 능한 원내대표가 정치력이 있다고 했다. 해머, 망치, 최루탄이 등장하고 날치기가 일상화했던 17대 ‘동물 국회’가 대표적이다. 신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다시 동물국회가 된 20대 마지막 1년을 책임진다. 둘 다 협상가 타입이 아니어서 벌써 우려가 나온다. 법안처리율 17%인 20대 국회가 막판 역전극을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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