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총선개입·불법사찰’ 경찰 고위간부 구속영장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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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 관련 정보 등을 불법 수집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 고위간부 두 명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박기호, 정창배 치안감에 대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그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어제(30일)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박 치안감 등이 법리적 평가 여부에 대해서만 다툴 뿐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고, 이 사건에 가담하게 된 경위나 정도를 참작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와 수사진행 경과, 피의자들이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을 볼 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적다고 봤습니다.

박 치안감 등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권 내 '친박계'를 위한 맞춤형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정치관여·불법사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들에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지난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검찰은 당시 경찰청 정보국이 공천 문제를 두고 친박계와 갈등을 빚던 '비박계' 정치인들의 동향 정보를 집중적으로 수집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유리한 선거 결과를 끌어낼 목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박 치안감 등은 또 2012~2016년 정보경찰 조직을 이용해 당시 정부 여당에 비판적이던 세월호 특조위와 국가인권위 일부 위원, 전교조·진보교육감 등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한 혐의도 받습니다.

20대 총선 당시 박 치안감은 경찰청 정보국 정보심의관, 정 치안감은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경찰 정보라인과 청와대의 연락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지난 21일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하는 등, 이 사건에 '윗선'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김채린 기자 (di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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