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상징으로 여겨지는 산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전투함 이름에 백두산이란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상징적인 곳이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고려시기 지도를 살펴보면, 막상 백두산은 고려말까지도 우리땅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백두산은 언제 우리나라로 편입된 것일까?
실록을 통해서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1.세종시기
백두산은 본국의 경내가 아니고, 현덕진(顯德鎭)은 고려 때에 혁파하여 별로 영험이 없으니, 청하건대, 모두 사전에서 삭제할 것
-세종실록 19년 3월 13일
고려가 끝난 이후, 태종 때가 되면 조선은 백두산에 제사를 지내는 등 백두산에 어느정도 관심을 보이지만
막상 세종 때 살펴보니 백두산은 조선의 국경 내에 존재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세종은 백두산을 제사 대상에서 지워버렸다.
이후 백두산은 조선의 관심에서 지워졌고, 그 탓에 거의 무주공산의 빈땅이 되어 여진족과 조선인이 종종 섞여 사는 수준이었는데...
2.숙종시기
숙종시기가 되어 조선인이 청나라 국경을 침범하는 경우가 잦아지자, 이 지역에 국경 분쟁이 발생했고
청나라와 조선은 합동으로 조사를 벌여 애매했던 조-청 국경선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백두산은 조선의 영토에 들어오게 된다.
총관(摠管)이 백산(白山) 산마루에 올라 살펴보았더니, 압록강(鴨綠江)의 근원이 과연 산 허리의 남변(南邊)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미 경계(境界)로 삼았으며, 토문강(土門江)의 근원은 백두산 동변(東邊)의 가장 낮은 곳에 한 갈래 물줄기가 동쪽으로 흘렀습니다. 총관이 이것을 가리켜 두만강(豆滿江)의 근원이라 하고 말하기를, ‘이 물이 하나는 동쪽으로 하나는 서쪽으로 흘러서 나뉘어 두 강(江)이 되었으니 분수령(分水嶺)으로 일컫는 것이 좋겠다.’ 하고, 고개 위에 비(碑)를 세우고자 하며 말하기를, ‘경계를 정하고 비석을 세움이 황상(皇上)의 뜻이다. 도신(道臣)과 빈신(貧臣)도 또한 마땅히 비석 끝에다 이름을 새겨야 한다.’고 하기에, 신 등은 이미 함께 가서 간심(看審)하지 못하고 비석 끝에다 이름을 새김은 일이 성실(誠實)하지 못하다.’는 말로 대답하였습니다."
-숙종실록 38년 5월 23일
기록을 살피면 압록강과 두만강을 기준으로 백두산을 절반으로 갈라 북쪽은 중국, 남쪽은 조선이 차지하고 이를 확정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정리해서 말하자면 원래 백두산은 여진의 영향력과 조선의 영향력이 겹치던 무인지대였지만, 숙종 시기 백두산의 절반이 조선의 영토로 들어왔다.
뭐 이 과정에서 두만강이네 토문강이네 어쩌고 저쩌고 논쟁이 나오지만... 여기선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겠다.
3.영조시기
근데 영조 시기 백두산을 다시 조사해보니, 엄청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다만 생각건대 《예기(禮記)》에 ‘제후는 나라 안의 산천에 제사지낸다.’라고 하였는데, 신은 백두산이 과연 나라 안에 있는 산인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목극등(穆克登)이 경계를 정할 때에 분수령(分水嶺)에 비석을 세워 경계로 삼았는데, 그 산마루에서 백두산과의 거리가 거의 하루 길이나 되니, 아마도 그곳을 나라 안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영조실록 43년 윤7월 10일
숙종 시기 압록강과 두만강을 기반으로 국경선을 정했는데, 막상 그 국경선에 백두산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
국경선에도 포함되지 않는 공지... 평소라면 백두산은 다시 우리나라 영토에서 제외되고 무인지대로 남았겠지만
당시 조선의 분위기는
뭘 쳐먹었는지 한창 국뽕으로 난리가 났던 시기였고(만화 출처, 우용곡 작가)
지금 우리 시조는 경흥에 집이 있다.[今我始祖 慶興是宅]’라는 여덟 글자가 내 마음에 더욱 간절히 와닿았다. 이는 특히 백두산이 우리 나라 산이 된다는 더욱 명백한 증험인 것이다.
-영조실록 43년 윤7월 10일
당시 경흥과 백두산의 거리는 400리 이상 떨어져서 관련이 1도 없는 곳이었으나(우리 국조(國朝)의 발상지는 대략 경흥(慶興)에 있는데, 백두산과 경흥은 서로 4, 5백 리나 떨어져 있고 보면 발상지와 탄생지의 소재로 헤아려 볼 경우 혹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영조실록 43년 윤7월 10일)
이 분위기를 타고 영조는 경흥에서 우리 조선 왕조가 발흥했으니 백두산도 우리땅!!! 이라는 개소리를 한다.
당대 조선은 왕조국가. 왕이 우기기까지 하면서 백두산을 조선의 땅이라고 강하게 어필하는 이상 뭐다?
그건 실제로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된다~
4.정조시기
무산 남쪽에 있는 이른바 장파(長坡)란 곳은 백두산 밑에 있는데, 북쪽으로 무산부까지가 이틀 거리이고 서쪽으로 운룡보(雲龍堡)까지가 사흘 거리입니다. 그러므로 백두산 일대가 가장 요충 지대인데 강 연안 1백 리에 단 하나의 진이나 보의 방수도 없으므로 식자들이 염려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근년 이래로 백성들이 차츰 모여들어 토지를 더 개간하여 호구가 2백여 호나 되고 토지도 한두 곳의 보를 설치할 만하게 되었습니다. 강 연안 중요한 곳에 이처럼 백성들이 모여 사는데도 고을까지의 거리가 저처럼 머니, 변방에 대한 정사가 어찌 소홀하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경성의 한두 개의 보를 이곳에 옮겨 설치한다면 병기 등의 물자가 미비할까 걱정할 것이 없고 처음에 설시할 것은 성이나 하나 쌓는 데에 불과합니다.
-정조실록 21년 2월 25일
뭐 여튼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후 영조-정조를 거치며 조선은 백두산 일대에 진출하게 되었고
그 결과 조선은 백두산 일대에 보를 쌓으며 확실하게 우리 땅으로 편입시킨다. 북쪽은... 땅이 너무 험해서 비어있었다.
즉 원래대로라면 백두산 남부는 숙종 시기 편입이 되었어야 했으나, 여러 사정이 겹치며 실제로 백두산 남부가 국내의 영토로 편입된 건 영조~정조 시기라고 보는게 맞다.
5.결론
백두산은 상당히 유명한 산이지만, 막상 실제로 우리 영토가 된 건 발해가 멸망한 이후 조선 영조 시기. 약 300년 정도 되었다고 보면 된다.
300년밖에 안되었으니 뭐 중요한 산이 아닌 것이냐? 그런 뜻으로 쓴 건 절대로 아니다. 그냥 역사가 이랬다는 것일뿐.
적어도 백두산이 우리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산이라면
그 산이 언제 우리땅이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라는 의미에서 쓴 글이다.
여담. 왜 백두산은 조선 때 중요한 취급을 받지 못했나.
이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땅이 너무 척박해서 먹고 살게 없었다.
일단 사람이 살고 병력을 주둔시키려면 먹고 살게 있어야 할거 아냐.
근데 백두산은 황무지였고
토문강(土門江)에 목극등(穆克登)의 비(碑)가 있는데 여기서 바라보니, 모두 공활(空闊)하여 쓸모없는 땅이었습니다. 잃더라도 해로울 것이 없겠습니다
-영조실록 21년 8월 14일
"백두산의 물줄기와 산맥의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을 자세히 알지 못하므로 귀국(貴國)의 지도(地圖)를 보고자 하는데, 이는 황제의 명령입니다."
하였는데, 임금이 여러 대신들과 상의하여 답하기를,
"황폐하고 외떨어진 곳이어서 일찍이 지도를 둔 적이 없습니다."
-숙종실록 39년 윤5월 27일
그래서 조선은 걍 없어도 상관 없는 황무지네 ㅇㅇ 딱 이렇게 해석했다.
둘째로는 백두산 북부에 여진족이 살고 있었다.
북도의 오랑캐로서 강 건너 변보(邊堡) 가까이 살며 무역을 하고 공물을 바치는 자들을 ‘번호(藩胡)’라고 하고, 백두산 북쪽에 사는 여러 오랑캐로서 아직 친부(親附)하지 않은 자들을 ‘심처호(深處胡)’라고 하는데, 그들 또한 때때로 변방에 찾아와 정성을 바치기도 하였다.
-선조수정실록 16년 2월 1일
여진족=깡패/도적
깡패나 도적이 주위에 있다=그걸 막는데 드는 비용이 오지게 들어간다.
하지만 백두산은? 황무지. 지킬 가치가 1도 없음.
현재 우리나라가 민족의 영산이네! 우리나라의 상징이네! 하며 백두산을 지키자고 하지만
숙종 이전까진 조선에선 백두산은 황무지에 여진족도 출몰한다는 이유로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숙종~영조 이후 부턴 확실히 신경쓰기 시작한다)
백두산을 보는 현대의 시각과 조선의 시각이 다른건 이러한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