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비가 내린 모양이다.
습도는 높아도 숨막힐듯한 더위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조금만 더 참으면 선선한 가을이 오겠지...
주말에 한잔 약속이 잡혔다.
간만에 한잔 할 생각에 시간이 천천히 가는듯하다.
약속 장소를 정하고 그 식당 주인의 손맛을 생각하다가 문득, 전부터
의아해하던 일이 떠올랐다.
혹시 이런 생각해 본 적이 없는가?
식당에서 식사를 할때 밥공기가 너무 작다는 생각 말이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나오는 밥공기는 똑같은 크기다.
언제부터인가 식당이나 음식점에서 나오는 밥공기는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이 생긴 공기밥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공기밥이 너무 적은 양의 밥을 담고 있다는데 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원래 우리가 사용하던 밥공기는 지금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예전의 머슴밥이라고 하던 고봉밥을 말하는게 아니다.
분명히 지금 사용하는 밥공기보다는 50%정도 더 컸었던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정확한 연도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밥공기가 처음 나왔을때, 난 분명히
기억한다.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식사를 하던 많은 사람들이 추가로 밥을 주문을
하면 주인들은 미안해하며 당연히 더 갖다 주었다.
그땐 주인이나 손님이나 새로 나온 밥공기가 너무 작다는데 이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추가된 밥값은 받지도 않았고...
아마도 80년대로 추정된다.
농사 짓는 쌀의 자급률이 떨어졌던듯, 정부 차원에서 새로이 크기와
모양을 일률적으로 강제하여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밥공기로 정착한
것으로 볼수 있다.
오로지 밥을 적게 먹도록 하기 위한 헤프닝이라 보기엔 좀 씁쓸하다.
오늘날 식습관의 변화로 우리의 식사량과 선호하는 음식도 달라졌다.
부족하던 쌀은 남아돌고, 사람들은 밥을 잘 안먹는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래도 한국인은 쌀밥을 먹어야 살수 있다. 많든 적든...
그래서 난 제안한다.
기존의 밥공기를 순차적으로 도태시키고, 새로운 크기의 밥공기를 제작,
보급하기를...
안그래도 남아도는 쌀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고, 추가밥 달라고 외치지
않고 계산할 때 괜히 부아가 치밀지 않게 해달라고 말이다.
잘못된 것을 적폐라고 하던가?
밥공기만 바꿔도 적폐청산이 된다면 이 또한 멋진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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