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실록]"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중계본동 104마을
[티브로드 이재호기자]
[앵커멘트]
노원구 중계본동에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104마을이 있습니다.
50년 전 철거민들이 모여 살았던 마을은
이제 곧 개발을 앞두고 있는데요.
오늘 서울실록에서는
104마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재조명합니다.
이재호 기자입니다.
[기사내용]
노원구 중계동 30번지 일대.
50년 전에는 산 104번지였던 이 곳은
주소를 따 104마을이라 불렸습니다.
불암산 자락에 있는 산골마을은
지난 1967년
철거민들의 이주를 시작으로 조성됐습니다.
당시 용산과 남대문 등의 개발로
강제 이주를 당한 주민들은
지금의 104마을로 모여
터전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에게 주어졌던 것은
32평짜리 천막과 시멘트블록 200장이 전부.
천막에 4가구가 들어가 살면서
땅을 갈라 집을 짓다보니
104마을에는
8평짜리 집들이 촘촘히 세워졌습니다.
한 가족이 8평짜리 집
단칸방에서 모여사는 것은
당시 104마을에서는 흔한 광경이었습니다.
임병국 / 104마을 45년 거주
(여기 와 가지고 노동일 다녔어요.
질통 지고 다니고 집 짓는데 쓰미 다니고
저 지금 중랑교 가면
한 달에 집 한 동씩 짓는 야방 다녔어...
다섯 식구가 나만 믿고 사는데
진짜 엄청나게 고생하고
진짜 식구들한테 미안하고
그런 시절을 살았어요.)
70년대 8평짜리 집 한 채는
석 달치 월급인 10만 원이면 살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값 싼 집을 찾는 서민들의 이주는
각지에서 이어졌습니다.
80년대는 104마을의 황금기였습니다.
니트를 짜는 공장인
일명 요꼬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났던 것입니다.
한때 104마을의 인구는 3천500명을 넘어서
골목에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시장 등 상권도 덩달아 발달했습니다.
오영숙 / 104마을 50년 거주
(줄 서 있었어. 저녁되면 저녁거리 사느라고...
7집 야채가게만.
천 씨네, 박 씨네, 이 씨네, 손 씨네,
우리, 윤 씨네...여간 많은 게 아니었지.)
마을이 기울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였습니다.
당장 추진될 것 같았던 개발은
여러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졌고
기대감 속에 개발을 기다리던 주민들도
지쳐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초 재개발 구역으로 묶이면서부터
마을 환경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재개발 구역 안에서는
집 수리가 금지되다보니
집이 아무리 낡아도
수리를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결국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이제는 전체 주택의 절반 정도가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이병열 / 중계본동 자원봉사캠프장
(동네 유지 분들의 이득 관계 때문에
안 되고 연기되고...
고층아파트 짓는다 아니다
이런 것 해가지고 또 연기되고,
최근에는 보존지구를
서울시에서 일부를 한다고 하니까
그것 반대한다고 또 연기되고...
그렇게해서 시간이 흘러온거에요.)
수 십 년간 말만 무성했던 개발은
올해부터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재개발과 도시재생을 병행하는
새로운 정비 방식을 도입하기로 하고
계획에 따라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계획대로라면 104마을에는
최고 25층 높이의 아파트 단지와
70년대 정취를 간직한
저층 임대주택 단지가 함께 들어섭니다.
최성일 / 노원구청 주택사업과
(현재 다양한 사업장에서의 재개발은
전면 철거 방식인데요.
104마을은 전면 철거 방식과
주거지 보존 사업을 병행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거지 보존 사업은
현재의 1960년대 달동네 마을 정서를 유지하는
사업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려온 104마을.
철거민들의 애환과 추억을 간직한채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티브로드 뉴스 이재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