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여전히 권위적인 한국사회..그 문화가 낳은 수많은 꼰대들
본래 ‘꼰대’라는 말은 은어로 ‘늙은이’를 지칭하거나 학생들이 ‘선생님’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권위주의적인 태도가 강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자주 사용됩니다. 예전에 비해 보다 공공연하게 사용되며, 지칭하는 대상의 범위도 훨씬 넓어진 듯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꼰대라는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내려온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문화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요.
음지에서 은어로 사용되던 말이 지금처럼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꼰대 성향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매우 강해졌다는 것은 사람들의 의식이 그만큼 많이 바뀌었다는 걸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과거와 달리 탈(脫)권위, 소통이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는 반면 스스로 권위를 내세우거나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는 존중받지 못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꼰대 관련 직장인들의 다양한 생각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고집이 세고, 말은 안 통하며, 권위적인 사람들을 흔히들 '꼰대'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사람이 꼰대인지를 보여주는 특징으로 말투를 가장 많이 꼽은 데 반해, 나이와 성별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요소였다.
꼰대 성향이 강한 사람의 특징은 자기생각에 대한 강한 확신과 서열에 의해 판단하는 태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인 67.8%는 꼰대가 강한 사람들에게는 되레 약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10명 중 8명은 20대 중에서도 꼰대가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의 가치관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과 나이나 지위로 대우받지 않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꼰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꼰대라는 말을 통해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권위적인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대부분은 꼰대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 많은 사람을 비꼬는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57.2%)라는 의견이 가장 많은 가운데, 나이와 관계 없이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34.9%)는 의견도 상당했다. 비록 꼰대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시각은 다소 엇갈리지만,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에 비해 꼰대가 나이가 있는 사람이나, 선생님을 무겁지 않게 표현하거나(3.2%), 부정적이면서도 동시에 귀엽게 표현하는(2.6%) 단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비교적 긍정적인 표현이라고 보는 시각은 단 0.4%에 불과했다. 꼰대라는 말이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게 사용된다는 인식도 강했다. 꼰대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또는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지만, 전체 34.3%만이 실제 일상생활에서 이런 의미로 사용된다고 바라봤을 뿐이다.
반면 절반 이상(55.5%)은 꼰대가 사전적 의미대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바라봤는데, 주로 젊은 세대(20대 62%, 30대 68.4%, 40대 50.4%, 50대 40.8%)에게서 두드러지는 생각이었다. 꼰대라는 말이 나이 많은 사람이나, 선생님을 대상으로만 사용되지 않고, 꼰대가 가진 ‘부정적인 특성’을 강조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어떤 사람이 꼰대인지 알 수 있는 특징으로 '말투' 가장 많이 꼽아
어떤 사람이 꼰대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특징적인 요소로 무엇보다도 말투(82%·중복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성별(남성 80.6%, 여성 83.4%)과 연령(20대 82%, 30대 82.4%, 40대 80.4%, 50대 83.2%)에 관계 없이 말투를 통해 그 사람이 꼰대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생각을 단연 많이 하고 있었다.
가치관(74.8%)과 오지랖(66.4%), 태도(64.7%)도 꼰대인지를 가늠케 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가치관(20대 77.2%, 30대 79.6%, 40대 74.4%, 50대 68%)과 오지랖(20대 73.2%, 30대 74%, 40대 56%, 50대 62.4%)을 보면 꼰대인지를 알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에 비해 습관(37.4%)과 나이(35.1%), 정치성향(24.1%), 성별(10.2%)이 꼰대의 특징적인 요소라는 인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으로, 최근 한국사회에서 많이 사용되는 꼰대라는 표현이 비단 나이 많은 남성만을 지칭하여 사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꼰대의 이미지는 주로 어떤 것이었을까. 가장 많이 공감하는 꼰대 이미지는 고집이 세고(68.2%·중복응답), 말이 안 통하며(65.5%), 권위적인(63.4%) 사람을 뜻하는 것이었다. 대체로 가부장적인 사고가 강한 한국사회의 문화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이미지들로, 권위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성향을 꼰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바라본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수성향이 강하고(49.7%), 참견하기를 좋아하며(40.9%), 선입견 및 편견을 가지고 있다(34.5%)는 이미지도 강한 편이었다. 꼰대가 보수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인식은 연령이 높을수록(20대 39.6%, 30대 50.4%, 40대 54.8%, 50대 54%) 많았으며,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꼰대라는 시각은 여성(남성 34.4%, 여성 47.4%)에게서 강한 특징을 보였다. 그밖에 꼰대는 아저씨(28.5%)이며, 허세가 있고(20%), 가르쳐주기를 좋아한다(19.9%)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꼰대 성향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 역시 이런 꼰대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고 있었다. 자기생각에 대한 확신이 강하고(58.5%·중복응답), 나이나 지위 등 서열에 의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58.1%)는 의견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앞서 꼰대의 가장 특징적인 이미지로 고집이 세고, 말이 안 통하며, 권위적이라는 것을 꼽는 것과 일맥상통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자기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꼰대’스러움을 많이 느낀다고 볼 수 있다.
후배세대에게 교훈적인 말투로 말하면서(42.3%), 충성을 강요하는(40.8%) 태도 역시 꼰대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20대 젊은 층의 경우 자신들에게 충성을 강요하는 권위적인 선배들을 꼰대라고 바라보는 시각(20대 50%, 3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