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꽃들이 있다.=
세상에는
전혀 다른 두 종류의 꽃들이 있다.
스스로
남자의 꽃이 된 여자
남자가
꽃으로 만들어버린 여자
꽃은 꽃인데
전혀 다른 두 종류의 꽃들이 있다.
위 글은 폭염경보가 내려진 오후, 중늙은이들 몇이 강변 그늘에 앉아 술판을 벌이며, 삼복염천보다 더 뜨겁게 한나절을 달궈버린, 전혀 다른 두 종류의 꽃 이야기를 나름 정리를 한 것이다.
민생들의 삶이 그렇듯, 특별한 의도가 없는 말 그대로 별 볼 일 없는 심심풀이 잡담들이지만, 굳이 누구누구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서로 일치되는 이야기들은 있었고, 최소한 생각해보니 그렇다고 또는 그랬을 거라고, 그래서 멋지다는 도출된 결론 하나는 있었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세상에서 빛나는 꽃이 되기 위해, 빛나는 위력을 가진 남자들을 찾아가, 스스로 그 남자의 빛나는 꽃이 된 여자들을, 우리들은 봄날에도 보았었고, 지금도 우리사회 도처에서 보고 있다.
반대로 세상에서 빛나는 위력을 가진 남자들이, 자신이 가진 빛나는 위력으로, 세상에서 빛나는 꽃으로 만들어버린 여자들을, 우리들은 과거에도 보았고, 지금도 도처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진실이 무엇인지는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여자들은 남자가 자신을 꽃으로 만들어버려서 원통하다고 울고 불며 난리를 치고 있고, 남자들은 여자가 스스로 찾아와서 꽃이 된 것이라며, 억울하다고 항변들을 하는데, 봄바람 불어대고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던 그 봄날, 스스로 남자의 꽃이 된 여자와 남자가 꽃으로 만들어버린 여자를, 봄이 가버리고 없는 이 여름날 가려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일치되고 도출된 결론은, 이제 와서 생각하니, 쪼잔 하기가 그 짝이 없는 비겁한 남자이지만, 과거 한때는 그 남자가 좋아서, 스스로 그 남자의 꽃이 되었었노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여자가 진실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끝으로 촌부가 술을 끊은 지도, 벌써 4개월하고 며칠이 지났는데, 술 취한 사람들의 옆에 앉아 있는 것은,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이지만, 붉은 홍매가 만개하던 그 봄날, 술병을 던져버리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통합과 화합의 강 섬진강에서
2018년 7월 31일 박혜범 씀
사진설명 : 보기와는 달리 비록 꽃으로 태어나 단 하루만 피고 시들어버리는 꽃이지만, 삼복염천의 한낮을 더욱 진한 꽃으로 피우고 있는, 섬진강 원추리 꽃이 아름다워서 마음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