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
지금 내 집 화장실 양변기를 4개월째 청소를 못하고 있는데요,
거기엔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약 4개월 전쯤, 오줌을 누려고 화장실엘 갔는데
변기 안쪽 수면 바로 위에 엄지손톱만 한 똥 덩이가 하나 말라붙어 있더라구요.
똥은 대부분 가래떡처럼 한 줄로 길게 싸는 게 보통이지만
아주 가끔 똥 중간중간에 공기가 섞여있으면 그런 똥을 쌀 때
뿌지지직! 하고 소리가 요란하면서
똥이 사방으로 튀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한 덩이가 딱딱하게 말라붙어서
물을 계속 내려도 씻겨나가지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옳지, 잘 됐다. 내가 떨어뜨려야지!』
하면서 나는 재미로 그 똥덩이에 대고 오줌을 싸기 시작했는데,
어라, 이게 오줌 한 방으로는 끄떡도 않는 거예요.
나는 쉽게 될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변기 물통의 물은 차가워서 내려도 안 씻길 수 있지만, 오줌은 뜨겁잖아요.
뜨거운 오줌이 다이렉트로 닿으면 말라붙어있던 똥이 풀어지면서
금방 씻겨 내려갈 줄 알았는데,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약간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몇 시간을 기다려서 또 쌌는데 또 안되고, 그날 잠자기 전까지
여러 번을 더 쌌는데도 변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승질이 팍! 나데요.
『이런, 니기미 개 씨x랄 젓같은 거!
좋다! 누가 이기는지, 어디 끝까지 한 번 해 보자!』
이렇게 해서 손톱만 한 똥덩이와의 싸움이 4개월짼데요,
나는 이게 이렇게 오래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길어야 2~3일 일 줄 알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똥이 안 씻긴다고 해서, 락스와 솔로 청소를 하는 건
자존심 상 도저히 못하겠더라구요. 한 번 결심했으면
이걸 기어이 오줌으로 해결해야지, 그렇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하면
민중혁명도 안 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지난 4개월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 똥덩이의 크기가 약 5분의 1로 줄어들었고
내 짐작으로는 앞으로 2개월 정도만 더 고생하면
이 똥덩이를 오줌으로 완전히 박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기 전엔 결코 청소도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박근혜 대통령님이 내 집에 놀러 오신다고 해도
변기를 갈거나 청소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갈 것입니다.
내가 사진 올리는 방법을 안다면
변기에 붙은 똥덩이와 사투를 벌이면서 점점 작아지는 똥덩이의 모습을
강봄 칼럼에 중계방송하고 싶은데
아직 사진 올리는 법을 모르는 것이 한입니다.
아, 또 오줌이 마렵네요.
또 똥 떼러 가야겠습니다.
『끝까지 간다!』
2017년. 7월. 1일.
민중혁명이 온다. 강봄.
http://cafe.daum.net/rkdqha1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