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국회의사당은 왜 돔을 얹었나
서울에 올라와 한강에서 63빌딩 다음으로 보게 되는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 국회의사당
63빌딩이 그 특유의 외장재와 곡선으로 기억된다면, 국회의사당은 열주와 돔으로 인식된다.
그 돔이 어떤 과정으로 얹어지게 되었는지 간략하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엮어보겠다.
이 글은 대부분 이세영이 쓴 <건축 멜랑콜리아>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여의도 지도를 살펴보자
마포대교에서 이어지는 여의대로가 있으며
여기에서 바로 옆, 여의도공원이 크게 자리잡는다
여의도는 이 여의도공원을 중심으로 서여의도와 동여의도로 분할된다
그렇다 무한도전 역대급 짤이 탄생한 그곳
(1977년 국군의날 열병식)
그러나 여의도공원은 한때 군사정권의 군사퍼레이드와 군중집회 용도의 아스팔트 광장이었다
이름도 무려 5.16 광장
다시 여의도공원 지도를 보면
여의도공원의 서쪽, 그러니까 국회의사당이 자리잡은 서여의도와
63빌딩이 자리잡은 동여의도의 모습은 크게 다르다
서여의도는 모두 낮은 건물 중심의 관공서와 국책기관이 자리잡은 데 반해
동여의도는 대기업과 금융기관, 상업과 주거시설이 엮여있다.
이것은 여의도공원에서도 알 수 있는데
여의도 공원 중심에서 좌우가 상반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여의도가 상당히 낮은 건물이 자리잡았기 때문에
국회의사당은 어느곳에서도 눈에 띄게 된다
사실 낮은 건물이 들어선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서여의도에만 적용되는 고도제한이 있기 때문
주변 건물의 높이를 국회의사당 처마 아래로 고정제한하여
돔이 유난히 잘 보이게 하였다
국회의사당이 지어진 때는 1975년
그렇다
박통이 철권통치를 이어가던 전성기.
국회의원들은 그저 그의 손발일 뿐이었던 시절이다
그런데도 그는 국회의사당만은 멋드러지게 지어주는데
자신이 망가트린 입법부의 권위를
거대한 석조건축물을 통해 위로라도 해주고 싶었던 걸까
1966년
박정희 지시로 건립위원회가 구성되어 건립위치를 선정하는데
강북은 저 거대 건축물을 지을 공간은 없었다
강남개발계획과 동시에 여의도로 정해지는데
위치는 지금은 없어진 양말산이 있던 곳
국회의사당을 위해 싸그리 밀어버린 비운의 산이다
(지금은 여의도에 중국집 양말산이 있을 뿐이다)
부지는 무려 10만평
여의도 면적의 8분의 1에 해당한다
이렇게 크게 잡힌데는 남북통일이 되면
본관뿐 아니라 부속시설이 신축되는 걸 대비하는 목적이었다
69년 기공식을 치루고
72년 유신이 시작된다
의회의 지위가 무력화된 시점에서도 국회의사당 공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외국시찰을 다녀온 운영위원들이 돔을 얹으라고 주문한다
이유는 단순했다
"외국 국회의사당은 돔이 있던데 왜 우리는 없나
권위가 떨어져보인다"
그런데 건축 기본설계는 완성된 이후였으므로 돔을 얹기 위해선
구조설계부터 새로해야한다. 즉 설계를 새로 해야하는것
그러자 위원들은 이렇게 맞받아친다
"시간이 없으면 그냥 기본설계에 돔만 붙여"
당시 우리나라는 돔 건축구조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결국 일본구조기술사의 기술자문을 받으며 돔을 얹는다
BEFORE
AFTER ^^
단순히 행정,정치적으로 돔을 얹었으니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다
건축 미관적으로 아주 쓰레기를 만든 것
졸속행정이 한 국가의 의회건축물을 얼마나 쓰레기로 만들어주는지 알아보겠다
돔이 나쁘다는게 절대 아니다
돔은 장식과 구조 모두를 충족하는 구조기술이다
물론 미국 국가건축물이 신고전주의 양식을 채택한 것은
국가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것임은 분명하지만
미국 얘네는 그래도 일관된 양식을 끝까지 밀고 나갔다고요...
이 건물이 아름다운 이유는 돔을 얹었기 때문이 아니라
양식에 충실한 건축물이니까 그런거다
그런데 우리의 국회의사당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 시작은 좋았다
공모에 응모한 안들과 당선작 모두
당시 유행하던 모더니즘 건축양식이었다
이미 기본설계부터 디자인의 비례나 구조, 디테일한 양식들이 정해져있는 상태에서
돔을 얹으라고 빼액 했으니 디자인의 일관성을 지킬 수 없었다
그 결과로 내부에서 본 돔은 전혀 돔이 아니게 되었다
네모난 돔이라니.... 이게 무슨 돔이야
내부에서 돔을 느끼기 위한 게 아니라 순전히 밖에서 보이는 모습만 고려한 것
돔 디테일.... ㅎ
애초에 돔은 화려함이 핵심이니
간결하고 단순한 디자인을 추구하던 모더니즘과는 양극단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 몸에 다른 두 개의 디자인이 있는 모양새다
수평적인 처마선과 수직적인 열주들, 그리고 높은 기단이 나름 밸런스가 좋은 건축물인데
그 위에 원형기단과 높은 비율의 돔을 얹으니 비율이 다 망가져버렸다
좋은 디자인에 건축주의 말 한마디로 쓰레기가 .... ㅋㅋ
그래도 끝까지 모더니즘 디테일을 살리려는 건축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돔때문에 다 묻혀버렸지
기본설계의 비율과 한번 비교해보자...ㅎ
그러나 이를 고칠 기회가 한 번은 있었다
때는 1998년
의사당의 형태가 亡 (망할 망) 자를 닮았다, 상여를 닮았다며 논란이 되었고
한국적 전통과 먼 돔 대신 기와지붕으로 교체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는 이에 1억3천만원의 예산안까지 통과시키는데
하지만
때는 IMF 경제위기시절
"경제가 어려운데 멀쩡한 지붕을 왜 교체하느냐" 는 비판이 일어
해당 리모델링 건은 백지화된다.
열주 구조에 억지스런 돔까지 얹어 권위와 숭고미를 과장한 의사당은 사실상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한 통치 권력의 압도성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기념비였다. ( 건축 멜랑콜리아 中 )
부족한 지식과 글솜씨로 쓴 글이지만
건축과 관련된 여러 글을 연재하려고 합니당 ^^
서울에 올라온 건축 사회초년생이라 서울건축 위주로 공부겸 해서요
한국 근현대 건축물 시리즈로 가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