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해석에는 문리해석과 논리해석이란 게 있습니다.
문리해석이란 쉽게 말해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겁니다. 가령 “사과를 먹지 말아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으면 글자 그대로 사과를 먹으면 안 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배나 포도, 자두와 같은 다른 과일은 먹어도 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석할 경우 인간사의 다양한 모습을 법이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문제가 됩니다. 세상 만사 모든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해 법을 제정할 순 없기 때문이죠(위의 포도, 배의 경우와 같이)
따라서 법은 어느정도의 융통성을 갖고 입법해석과 논리해석을 시도합니다. 입법 및 논리해석엔 여러가지가 있지만 법학개론 시간이 아니니 그걸 하나하나 다룰 필욘 없고, 그냥 그런 게 있다는 정도만 아시기 바랍니다.
라코의 임대 관련 규정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각 팀은 해당 팀의 로스터에 포함된 한 명의 선수를 (중략) 임대할 수 있으며, (하략)”라 돼있습니다. 라코와 그리핀은 해당 문구를 문리해석해 임대규정 위반이 아니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래더는 로스터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으니, 로스터에 등록된 카나비만 임대시킨 건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 문구가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 중 한 명만 임대시킬 수 있다’를 의미한 것인지, ‘임대시킬 수 있는 사람은 로스터에 등록된 사람만이다’를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만약 전자라면 그리핀의 규정대로 위반이 아닐 겁니다. 그러나 후자라면 그리핀은 규정 위반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입법원리는 대부분 포지티브 규제로 이뤄집니다. 포지티브 규제란 ‘법 조문에 가능한 것만 명시하고 그 외는 금지하는 방식’입니다. 이와 반대로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하는 것만 명시하고 명시 되지 않은 것은 모두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우리나라 입법원리에 따르면 라코의 임대 규정 역시 포지티브 규제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즉, 라코의 규정에 ‘로스터 등록된 선수 중 한 명만 임대가 가능하다’라 되어 있으면 해당 조건에 맞는 선수 한 명만 임대가 가능하다고 해석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외의 경우는 부정되고 금지되어야 함이 옳습니다.
또한 해당 규정은 구단이 선수를 이용해 돈 벌이를 하려는 행위를 막으려는 의도에서 제정된 것입니다. 법을 해석할 땐 법 조문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의도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해당 규정은 어디까지나 선수를 보호하고, 구단의 과도한 노동력 착취를 금하기 위해서 제정된 것이므로 역시 해당 조문이 임대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라 여기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초 법이 의도했던 법익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라코와 스틸에잇이 임대 규정 미흡으로 규정위반이 아니라 주장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아 보이며, 향후 이것이 법정으로 갔을 경우도 마찬가지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보여집니다.
이상 유사 법대생의 뻘글이었습니다.
